일요일 오전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피주 보광사에 들렀다.
사찰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아름드리 나무들로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 말하길 가장 아름다운 길중의 하나가 사찰로 가는길이라고 하더니 다 그렇진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찰가는길은 아름답다는 느낌을 오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템플스테이 참가 학생들로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오전에 대웅전 마당에서 법회를 준비하는지(?) 관계자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는 정녕 아니었다.
보광사!
근처 벽제시립묘지에 할머니 산소가 있어 가을날 아버님과 성묘 왔다가 함께 몇번인가 들러서 경내를 구경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고령산 산자락에 있는 오래된 사찰, 작년 가을 그러니까 시월의 마지막날 늦은 오후, 집사람과 둘이서 드라이브겸 단풍구경을 하러 왔던날, 애궂게도 비바람이 엄청 불어 고생을 하였고 곧 바람은 강풍으로 변하여 경치 감상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곱게 물든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올해도 보광사 하고의 인연은 이어졌다.
애들이 어려 유치원과 초등학교다닐때 우리 둘째놈과 함께 다닌 인연으로 부부가 친하게 지냈었고 특히 엄마들끼리 엄청 친해서 서로가 이사로 인해 비록 다른 동네에 살지만 자주 아니면 가끔 연락해서 꼭 부부끼리 만나 소주한잔, 맥주 한잔 하던 사이였는데
올해 1월 진눈깨비가 오던날 교통사고로 그집 집사람이 저 세상으로 갔다는 부음을 받고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렸었는데 추후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아주머니의 영혼을 보광사에 모셨다고 하더라.
얼마나 황당한가? 이런 것이 인생이었나?
두 아이들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었는지?
장례식날 현역병으로 입대하여 논산에서 훈련중이던 큰 아들이 조문객을 맞이 하고 있었는데, 그 녀석 정말이지 대견하고, 이제는 어느 부대에서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겠지, 그래 훌륭한 성년으로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날 밤, 진눈깨비가 내리던 길!
집사람과 나는 황망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나와 어둡고 미끄러운 길을 말없이 걸었었다.
00 어머님!
살아 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셨으니 극락왕생 하세요!
보광사!
나에겐 아즈라한 추억과 안타까운 사연이 깃든곳이다.
대웅전에서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도 나무로 뒤덮혀 시원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절 가는 길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절을 나서는 길도 똑같이 아름답다는 진리(?)를깨 달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