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찰탐방

성북동 길상사를 다녀오다

2015. 11. 13(금)

 

지난 10월 27(화) 가을 휴가중 오후시간에 성북동 길상사에 다녀오다. 

어느 사찰이 아니라 조그만 건물하나라도 쉽게 건립되었겠냐만 길상사야 말로  아름다운 사연들이 절절히 묻어있는 사찰이 아니던가?

김영한여사와 시인 백석의 애절하고도 이루지못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무소유 법정스님과 길상화 김영한 여사와의 불교적인 만남과 인연의 끈!

순애보적인 소설에서 나올만한 사연들을 가슴에 묻고 그 사연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 이제는 우리들 곁으로 돌아와 팍팍한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는 길상사!

 

늦가을 정취가 아름다운 길상사,

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한번도 가지 못한 길상사를 이제야 다녀오다.

 

길상사 경내를 거닐며 이제는 고인이 되신 세분의 아름답고 숙명적인 인연을 생각하여 본다.

 

시인 백석 (1912.7.1 ~ 1996.1),

길상화 김영한(1916 ~ 1999)

법정스님 (1932.11.5~2010.3.11)

 

내 개인적으로 모두 좋아하고 존경하는 어르신 들이다. 

 

시인 백석과 길상화 김영한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백석의 시 한편에 압축되어 있는 듯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사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힌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쟈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

 

 

 

 

 

 

 

 

 

 

 

 

 

길상화 김영한 여사는 1987년 당시 돈으로 1,000억원이나 되는 이곳의 부지와 건물을 법정스님에게 불도량으로 만들어 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법정스님은 사양했다. 자야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은 뒤 이런 결심을 했다 한다.

 

 

 

 

시주 길상화 공덕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5년 법정스님은 그 뜻을 받아들여 오늘날의 길상사가 새상에 얼굴을 내 밀게 된 것이다.

 

 

 

 

진영각 건물에 들러보았다. 스님의 「무소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영각 귀퉁이 담벼락 밑에 ‘법정스님 유골 모신 곳’이라는 팻말과 조그만 돌탑이 있어서 여기 계시는구나를 알게 된 정도였다. 스님의 늘 앉아 계시던그 허름한 나무가 진영각 왼쪽 처마밑에 놓여 있었다

 

끝으로

시인 백석의 시 한편을 옮겨본다. 

 

 

​여승女僧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사찰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송광사"  (0) 2016.04.08
순천 선암사  (0) 2016.04.07
춘천 청평사  (0) 2014.09.01
괘방산 등명낙가사  (0) 2014.08.25
내변산 월명암  (0) 201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