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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보물찾기

2010/7/14(수)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어린이대공원 숲길을 걸었다.

7월의 무더위!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숲속벤치에 앉으니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울음소리속에서도 불어오는 바람에 제법 시원했다.

잠시 졸리운 내 눈에 띄는 것은 벤치옆 프라타너스 나무 껍질 옆에 붙어 있던 곱게 접은 종이 쪽지 한 장!


갑자기 솔깃한 궁금증에 졸음은 달아나고, 호기심이 발동하다.

이렇게 이쁘게 접은 하얀종이속에는 무슨 사연이 적혀있을까? 기쁜 사연일까, 슬픈 사연일까, 고백의 글인가, 언제 만나자는 글인가? 등등~~~~

조그맣게 접힌 흰종이에 대한 궁금증이 이글거리는 태양에 폭발할 정도의 호기심에 나는 주저없이 종이를 펴보았다.

“5,000원”

순간, 에이 무슨 숫자야, 의미없이!

나는 무슨 비밀의 사연이 적혔을 것이란 나의 추측이 완전 어긋난 것에 대한 실망감으로 쓴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종이를 접어 버리려고 하는데 언뜻 스쳐가는 “아, 그럼 이종이는 아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와서 보물찾기에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한번 펴 보았다.

“5,000원”

아마 그런 것 같다. 보물찾기를 했는데 아마도 아무도 이 보물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아, 어떤 애들이 소풍을 왔는지 상금 5,000원이면 엄청 큰 돈일텐데~~~~ 아마도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일까?

만약 그날 이 보물종이를 찾은 아이는 얼마나 좋아 했었을까?

그날 이 보물을 찾았을 아이가 환호의 기쁜 목소리를 내질렀을 그 소리가 지금 막 들려오는 것 같은 환청을 떠올렸다.

이 보물종이는 바로 그날 누군가 찾았어야 액면 그대로 5,000원의 위력이 있었을텐데, 몇일이 지난 지금 내손에 있는 보물종이는 그야말로 아무런 효력이 없은 종이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학생시절 소풍가면 의례히 하는 놀이중에 하나가 “보물찾기”였는데 아마 그 당시에는 보물의 종류가 “공책, 연필, 지우개, 빵한봉지, 유유1병, 초코렛, 사과 등등 ~~~” 었는데 요즘은 아예 보물도 현금으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유쾌하지가 않았다.

지금부터 10여년전!

우리부서 25명의 직원들이 봄 야유회를 갔었는데 점심식사후 갑자기 보물찾기를 한다는 부서장의 말씀에 모두가 아이들처럼 환호성을 지르면서 좋아했었다.

그날 1등 상품은 조그만 세로형 액자였는데 운 좋게도 내가 1등의 보물을 차지하여 지금도 방안에 그 액자를 걸어두고 있다.

요즘도 그 액자를 바라보면 그 보물종이를 찾았을 때,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마냥 기쁨에 찬 내 환호성이 지금도 들려오는 듯 하구나.

그리고

그 환호성에 박수를 치며 기쁨을 함께 해주었던 그 당시 부서 동료들의 얼굴이 안개처럼 떠 오른다.

모두들 잘 지내고 있겠지,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아스팔트길로 나와 사무실로 발걸음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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