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유치원 졸업식에서
오늘은 둘째아이 연준이가 유치원을 졸업하는 날이다. 언제나 귀엽고 예쁜짓을 많이해서 역시 막내는 이래서 부모로 부터 사랑을 받는가 보다고 집사람과 얘기하곤 했는데 어느덧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며칠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되니 한편으로는 그 녀석이 대견한 생각이 든다.
연준이가 유치원을 2년간 다니는 동안 나는 아빠로서 한 번도 그 녀석의 유치원에 가본적이 없어 졸업식에는 꼭 한 번 참석하여 보고 싶었다. 나는 집사람과 연재 그리고 고맙게도 멀리서 동생집 제수씨와 조카들이 모두 참석하여 함께 졸업식을 지켜봤다.
국민의례로 시작된 졸업식은 원장 선생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여느 졸업식과 똑같은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연준이는 정근상과 함께 착한 어린이상을 받으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강당에서의 졸업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각 반별로 이동하여 정들었던 담임선생님과 일일이 아쉬운 포웅을 마친 후 각자 부모님과 함께 유치원을 떠나는 순서였는데 이미 젊은 담임여선생님의 눈가에는 촉촉한 눈방을이 맺혀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같이 온 부모님과 함께 연실 웃어대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나는 연준이가 담임선생님과 포웅할 때를 맞추어 사진을 찍어 주려고 선생님앞에 서있었다.
얼마후 연준이의 순서가 되자 씩씩하게 앞으로 나오더니 담임선생님과 포웅을 하고는 이내 얼굴을 두손으로 가리면서 제 엄마 품으로 뛰어 왔다. 나는 이상하다 싶어 연준이의 가린 손을 치우면서 얼굴을 보니 이미 많이 흘린 눈물이 턱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짧은 순간 나와 애엄마, 연준이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고 그것을 지켜보는 담임선생님의 눈에도 전보다 많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에게 애엄마와 함께 일년동안 고마웠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돌아오는 길에도 오늘의 주인공 연준이는 아무 말도 없이 땅만 쳐다보면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집으로 왔다.
정말 귀여운 녀석!
오늘 아침만 해도 유치원에 도착해서도 이제 유치원을 졸업한다고 그렇게 좋아라 했던 녀석이 졸업식장에서는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이다.
슬픈 일에서 울고, 기쁜 일에서 웃울 수 있는 감정이 살아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연준이가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그 맑은 눈물만큼 맑고 순수한 연준이의 마음이 평생동안 간직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군에 갔을 때 지금의 작은 매형이 나에게 편지로 알려준 구절이 생각난다.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나는 지키는 것이요, 이 사회를 정화하는 것이다』
밤에 잠자리에서 연준이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연준아, 너 오늘 담임선생님과 포웅하면서 왜 울었어?” 연준이의 대답 “아빠, 괜히 슬퍼졌어, 이제 선생님하고 못만난다고 생각해서”
“연준아, 내일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하고 놀고 오면 되니까 일찍 자” “그런데 아빠, 선생님은 졸업한 것이 아니야?”
“선생님은 계속 유치원에 계시는 거야”
안도의 표정으로 잠든 연준이의 얼굴이 더욱 이뻐 보인다.
1999. 2. 25
연준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