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구간)
10구간은 본격적인 하동군 지역으로 한적하고 이전 구간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었다.
계속 보이는 감나무!
주요 통과지역은 위태리~오율마을~궁항리~양이터재~나본마을~하동호 로 구간 연장길이는 약 11.8킬로,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한적한 길!
일부러 찾아오라고 해도 쉽게 찾기가 힘들
조용한 이 길을 나혼자 걷는 기쁨을 가슴속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 커다란 당산나무가 있고 의자가 놓여 있기에 이곳에서 잠시 쉰다. 이 마을을 같은 위태마을이지만 안마을이라고 주민들은 부른다고 하더라.
안마을을 지나면서 지네재까지 길도 협소하고 그야말로 산골길로 접어 든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네골!
땀은 비오듯하고 대숲은 시원하고 하늘은 잔뜩 먹구름을 하여 당장이라도 소나기를 퍼 부을 기세의 날씨!
가뜩이나 궂은 날씨에 간간이 빗방울은 내리고 내 발걸음은 계속해서 더 깊고 어두침침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홀로 걷는 외로움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마을입구에서 만난 어르신이 지네재에 혼자 올라가면 멧돼지에 유의하라고 했는데~~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심한 경사도의 산길을 계속 오르는데 기필코 소나기는 퍼 붓는다. 더욱이 무지무지한 천둥소리와 이내 번쩍이는 새파란 번갯불!
완전 정신을 잃을 정도!
난감하였다.
이내 우비를 꺼네 입고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배낭커바를 덮고~~ 우산을 쓰고!
하지만 지리산의 소나기는 이내 멈추지 않더라!
더욱 더 세찬 기세로 퍼 붓는데, 어디 몸을 숨길 장소도 없고 그렇다고 산속에 서있기기도 그렇고,
방법은 오직 하나 빨리 이 숲길을 빠져 나와 마을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빠른 걸음으로 숲길을 헤치고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비는 완전 여름비같은 장대비가 내리고 천둥 벼락은 계속 쳐대고,
오! 무서운 지리산!
그때 산길 어귀에 엉성한 집하나가 보이고 그 옆에 비닐 작업장이 보였다.
살필 것도 없이 작업장으로 뛰어 들어가 비를 피했다. 마침 그곳은 의외로 튼튼하게 지어 놓은 비닐지붕으로 인해 비 피하기엔 안성마춤이었다.
비에 젖은 배낭을 내려 놓고 깊은 안도감에 물 한잔을 들이키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비 그치기를 한참 기다렸으나 이내 비가 그칠 것 같지는 않고 여름도 아닌 가을에 이렇게 장대비가 내리는 것이 이해는 가지 않았으나 눈앞의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장대비가 언제 그칠지도 모르고 내가 있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내려가야 마을이 있는지 아니면 산길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날은 점점 어두컴컴해져 가고, 시간은 오후 4시를 한참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결심을 한다.
단단히 몸을 준비해서 오직 길 따라 마을까지 내려가자고~~ 빗길에 나섰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 텅빈 내 머릿속이 이상하게 시원했다. 한참을 내려가니 흙길이 없어지고 아스팔트 길이 나오길래 아래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조금 더 걸어가는데 장대비는 그야말로 폭우로 변해서 더 이상 전진을 못 하겠더라. 정말 난감했다. 좁은 아스팔트길은 넘치는 물로 인해 수로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전진하기가 무리라 생각하고 잠시라도 비 피할 곳을 찾아 두리번 살펴보니
왼쪽방향 길 옆 다리를 건너 언덕에 집한채가 보인다.
급한 김에 100여 미터를 가로 질러 그 집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고 비 피할 만한 처마도 없었다. 마침 집 옆에 작업막사가 있기에 무작정 무단침입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한다.
추워진다!
아들에게 핸드폰을 하니 계속해서 전화를 안받는다.
아마 그 녀석도 낚시를 하다가 소나기를 만난 것 같다.
거의 30여분 정도 쉬었음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아들놈은 아직도 전화를 안받고!
그래!
쉬지말고 또 걷고 걷자!
비가오든 눈이 오든 어차피 걸으려고 이 먼 지리산까지 왔으니까?
조금 가늘어진 비 속에 움막을 나와 계속 걸으니 궁항마을 입구에 다다르고 호숫가옆에 휴식 정자가 보인다. 그 정자 위로 궁항마을이 보인다.
더 이상 걸어갈 힘도 빠지고 비는 계속오고 오늘의 걷는 일정은 여기서 멈추기로 하고 정자에서 쏟아지는 가을비를 관조한다.
얼마 후 걸려온 아들놈에게 궁항마을 저수지로 차를 가지고 오라 했더니 네비상으로 47킬로 떨어진 곳에서 출발하겠다고 한다.
기다릴 수 밖에~~~~~~
어둠이 드리우고 아들놈과 청암면사무소 앞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그 옆집에서 민박을 하다.
마침 민박집앞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동네목욕탕이 있어 오늘의 피로를 탕속에서 풀다!
저녁은 민박집옆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정겹게 소주 한잔과 밥을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 오더라!
작년 지리산둘레길 걷기를 마친 후 일년!
매일같이 꿈꾸던 지리산 둘레길 나머지 구간 걷기의 행복한 하루는 요란한 가을소낙비 소나타 연주속에 이렇게 날이 저물어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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