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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7구간을 걷다

(지리산둘레길 7구간 개요)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어천리와 단성면 운리를 잇는 13.3km의 지리산둘레길.

어천-운리 구간은 힘든 곳이지만 산바람을 타고 걷는 길이다. 내리막과 오르막은 늘 도보여행자들에게 힘든 곳이다.

어천~운리는 등산로와 임도가 이어지는 길로 쉬엄쉬엄 걸어 오르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지고 걷기에 집중할 수 있다. 한재를 넘어 임도를 만나기 전에는 어천계곡도 만난다.

어천계곡을 지나면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진다.

헬기장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시야가 탁 트인다.

내려다보면 청계 저수지가 보이고 돌아서 보면 걸어온 길들이 보인다.

청계저수지는 점촌 마을이 있던 곳이다. 점촌마을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펜션들이 들어섰다.

어천~운리 구간은 단성면 어천, 점촌, 탑동, 운리 마을을 지난다.

경유지 : 어천-아침재(2km)-웅석봉 하부헬기장(3.2km)-점촌마을(6km)-탑동마을(1.5km)-운리마을(0.6km)

2011. 9. 21(수) 오후

아!

시간은 정오에 가까이 되는데 음식을 사먹을 가게는 전혀 없고

날씨는 왜 이렇게도 뜨거운지, 언덕위로 경사진 아스팔트길은 계속되고 있다.

마침 길가에 경로당이 있어 식수는 보충했는데 배고픔은 참을 수밖에,

가을 길가에서 알밤, 감을 주워 먹다.

계속해서 언덕 아름다운 아스팔트길을 걸어올라가는데

길옆에서 어느 노인분께서 밭에서 일하시다가 내려오신다.

인사를 드렸더니 나보고 어디가냐고, 그리고 밥 먹었냐고 묻더니 다짜고짜 자기를 따라 오라고~~

따라갔더니 길 옆 “鶴來亭”이라는 아마 제사 모시는 사당집인 것 같은 데 그곳에 사신다면서 들어가잔다.

함께 들어가니 할머니께서 방에 계시는데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앉아서 점심상을 차리고 있었다.

밭에서 일하고 오신 할아버지의 점심상을 차리는데 배고픈 나에게 빨리 들어와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니 내심 얼마나 고맙던지~~

노인 내외 두분이 사시는 이집은 일년에 한번 정씨 집안사람들이 제사 모시는 사당인데

관리를 해주고 여기서 사신다고 한다.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고 원래 부산에 사시다가 얼마전에 여기에 왔다면서~~

주로 자녀들이야기를 한참하신다. 아마도 많이 외로워하셨던 것은 아닐럴지~

할아버지께서 드시는 막소주를 5잔이나 얻어 먹었다.

아!

정말 배부르고 몇일만에 소주한잔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발걸음도 가볍다.

길도 아름다웠다.

할머니께 돈 만원을 드리니 결코 받지를 않으시는데 막무가내로 방안에 던지다시피 하고 나왔다.

오늘 먹은 점심은 돈으로는 절대 환산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진정으로 몇 번이나 하고선 아쉬운 길을 떠난다.

할아버지, 할머님 감사합니다.

밥 잘먹고 힘내서 먼길 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계속 2킬로 정도를 올라가니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아침재를 지나 웅석봉하부 헬기장을 향해 산길로 접어든다.

어천계곡에서 모처럼 탁족을 한다.

송사리들이 발가락 사이로 몰려든다. 간지럽구만~~

아, 상쾌한 기분!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지리산둘레길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되는 데 등산로가 험하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경사가 심하다. 헉, 헉!

아마 경사도가 50~60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체내에 남아있던 모든 찌꺼기가 땀으로 배출되는 것 같았다.

열두어 걸음 걷고 땅바닥에 주저 앉고~~

지난 일요일부터 오늘이 수요일이나 몇일동안 나도 무리를 해서 힘도 많이 빠지고 땀도 많이 빠졌을 텐데

그래도 땀은 더욱 많이 흘러 내리고, 체력은 바닥을 보이고~~

앞은 오직 심한 경사로의 좁은 산길밖엔 안보이고!!

이건 둘레길이 아니고 어느 험한 산의 정상을 향해 악전고투 하는 그런 형상이었다.

몸이 지친다. 쉬었다 조금 걷고 또 쉬고, 주저앉고~~~

인생의 길이 다 이런건가?

지금이 나에게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은 착각!

이 고비를 넘기면 안락하고 편안한 인생의 길이 펼쳐 지겠지 하는 착각!

그렇게 자주 있던 둘레길 표지판도 잘 안보이고,

길이 맞긴 맞는 것인지, 둘레길 같지않게 너무 험한 것으로 보아 길을 잘 못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별의별 잡생각을 하면서 걷고 또 기어오른다.

내려 갈 수도 없고 오직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마음이 조금 무서워지기도 하고,

헬기장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건 계속 올라만 가니~~

한참을 올라 거의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을때

하늘이 보이고 드디어 임도길 넓은 길로 합류가 되면서 그렇게도 그리던

지리산둘레길 표지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웅석봉하부 헬기장에 도착한 것이다.

넓은 임도길이었다.

땀의 대가로 얻은 환상적인 주변 경치에 취한다!

얼마나 반가운 임도길이었던지,

이제는 점촌마을과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운리”마을을 향해

내리막 임도길 으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돈다.

하늘은 쾌청하고 뭉게구름은 제각각 다른 형상으로 산자락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임도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것 같았다.

더욱이 임도길가에 핀 이름모를 들꽃들은 제각각의 이쁜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가수 박인희씨의 노래 “끝이 없는 길”을 부르고 또 부르면서

아무도 없는, 그렇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임도길을 내려오다.

임도길 아래로 마을과 아름다운 청계호수가 보인다.

내가 오늘 가야할 길이다. 그래 힘을 내서 노래 부르며 함차게 내려간다!

드디어 점촌마을을 지나 탑동마을까지 내려왔다,

여긴 폐사지인 “단속사지”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길가에 “단속사지동서삼층석탑”이 동쪽과 서쪽에 서로 마주보며 위치하고 있었으며 구석구석에 옛 폐사지의 흔적이 보였다.

이내 오늘의 종착지인 “운서마을”에 당도했다.

지리산둘레길 7구간이 끝나는 지점이다.

마을 어귀 길가 구멍가게에 가서 목마름에 막걸리 한병을 사서 가게앞 의자에 앉아 마시면서

힘들었고 사연도 많았던 지리산둘레길 7구간을 마치려 한다.

이제 오늘 잠잘 숙소만 정하면 되는데 가게집에 근처 민박집 전화번호가 있기에 연락을 하니

민박집 아저씨가 출타중이니 나혼자 점촌마을 방향,

그러니까 청계호수 방향으로 계속 걸어오면 집사람이 마중을 갈 거라면서

밤길이니 조심해서 걸어 오란다,

약 30여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깜깜한 밤!

비록 아스팔트길이었지만 휴대용 렌턴을 켜고 깊은 산골의 밤길을 걷고 있다.

하늘엔 은하수인지 모르지만 수많은 별들이 보인다.

아,, 오랜만에 보는 은하수 인 것 같다.

아직도 은하수는 하늘에 있었구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밤길을 계속 걷는데 저 앞에서 나를 향해 후레쉬 불빛이 다가온다.

민박집 아주머니였다!

반가운 만남!

내 나이쯤 된 민박집 아주머니는 이 깜깜한 밤길을 오직 나를 만나러 혼자 오는 길이었다.

같이 나란히 밤길을 20여분 정도 걸어가면서 초면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민박집은 청계호수옆 마을에 있는 카페였다.

청계호숫가 마을엔 펜션들이 많았다.

내가 쉬었던 민박집은 전형적인 숲속 카페였는데 주인 부부가 황토로 만들고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해서 구성한 집이라 매우 아름다웠으며

특히 집안밖 구석구석에 두 부부 정성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매우 많았다.

들깨 수제비로 저녁을 먹고 피곤한 몸,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듬뿍 묻은 아름다운 방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다.

행복했던 지리산둘레길 제1차 4박 5일간의 도보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밤은 이렇게 깊어져 갔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 꿈을 꾸면서~~~


어천마을




7구간을 완주할 수 있게끔 점심밥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 사시는 "학래정"의 전경

길가에 떨어진 알밤송이 - 맛있게 먹다





웅석봉하부 헬기장으로 가는 길가에 아름다운 지리산 전원주택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정겨운 길~~~



가을입니다, 알밤, 겨울엔 군밤으로 변신을~~




저 길로 가면 이스팔트길을 이용하여 청계호수, 단속사지로 바로 가는 길입니다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풍요로운 길, 걷고 싶은 가을길 입니다.



어천계곡에서 탁족을 하는데 송사리들이 모여듭니다
















임도길에는 아름다운 가을꽃들이 만발입니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뽑내면서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길이 아니라 꽃길입니다.

길가 흙밭에 바위틈에 축대 밑에 어디든지 피어나는 들꽃~~


가을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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