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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5구간을 걷다

어중간한 아스팔트길가에서 4구간이 끝나고 지리산둘레길 5구간이 시작된다.

날씨는 무덥고 계속해서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하니 마음속으로 조금은 짜증이 났다.

차라리 이런길을 걸으려면 서울에서 가까운 근교에서 충분히 많은 길들이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런 아스팔트길을 걷는다는 것이 속상했다.

하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량들속에 한적한 지방도로변에 한없이 피어난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걷는 기분 또한 무척이나 좋았다.

그래!

걷고 또 걷자,

항상 내가 좋아하는 길만을 갈 수가 있는가?

긴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들이 생기듯이 말이다~~

잠깐 구간을 소개하면

지리산둘레길 5구간은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12km의 지리산길로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산행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걷는 산길로,

4개의 마을을 지나 산청에 이르는 길이다.

구간별 주요 지명 : 동강마을 - 점촌마을 - 방곡마을 - 상사폭포 - 쌍재 - 고동재 - 수철마을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걷다보니 커다란 조형물이 눈에 뛴다.

가까이 가보니 이곳이 “함양산청사건 추모기념관”이었다.

이곳이 방곡마을이다.

피곤한 몸을 좀 쉴겸 화장실도 갈겸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특별한 것은 눈에 보이지않고

주차장 옆에 휴식 파고라가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곳 양민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기념관이라

나는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잠시 추모의 마음으로 경건함을 유지하면서 밖으로 나왔더니

바로 건너편 아래에 음식점이 있었다.

점심도 못 먹은 관계로 밥을 주문하니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와 아줌마 하는 말이

밥은 없어 못 팔고 라면 밖엔 안된다고 하여 결국 라면에다가 찬밥 한 그릇으로 점심을 먹었다.

여행중에 무슨 맛있는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서 부턴 본격적인 산행길이다.

계속 산길을 올라가 상사폭포로 해서

5구간의 가장 높은 곳인 산불감시초소까지 2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길은 둘레길이라기 보다는 산행길이 맞는 말일 것 같다.

계속해서 오름막 산행길이었고 중간중간에는 지리산 약초를 재배하는 농원이 있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쳐 놓은 곳이 자주 눈에 띄었다.

20여분 계속 오름막을 올라가는 방곡에서 상사폭포까지 2km의 숲길은

계곡을 따라 온갖 야생화들과 바위를 타고 내리는 물줄기를 보며 걷는 즐거움을 준다.

상사폭포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함이 담긴 전설이 깃든 작은 폭포이다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폭포는 무척이나 반갑지 아니한가?

또한 이름이 “상사”라고 하니 이 폭포와 관련하여 어떤 애틋하고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지

혼자서 갖가지 소설을 쓰고 지우다가

드디어 상사폭포 앞에 서니 예상보단 아담하고 아름다운 여성스런 폭포였다.

상사폭포를 지나 힘든 몸 계속해서 땀범벅속에

산불감시초소를 향해 계속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둘레길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의 숲속으로

원시림같은 숲속으로 깊이 더깊이 빨려 들어간다.

쌍재를 지나우측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

정말 지리산둘레길에 이렇게 좋은 길도 있었구나.

감탄이다, 감탄~~

아무런 인기척도 없고 주변의 나무들은 하늘을 덮고

몇 년전 떨어진 나뭇잎은 양탄자가 되어 지나가는 나그네의 아픈 발바닥을 푹신하게 해주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지친 내 몸에 활력을 주고~~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 가, 아니 내 자신이 얼마나 간사한가?

조금전만 해도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길을 걸으면서 원망하던 놈이

불과 몇시간 후에 이렇게 좋은 길이 있었던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니 말이다.

끝없이 넓은 포용력을 지닌 대 자연 지리산속이니 만큼

너무나 좁은 나의 옹졸한 마음 정도는 어루만져 주겠지 뭐~~

조금후 드디어 산불감시초소에 올랐다!

양쪽으로 탁 트여있는 전망으로 왼쪽으로 산청읍내 전체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지리산 동북부 능선들이 그림같은 조망을 연출한다.

참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은방울 꽃 군락지를 즐기며 가다보면 고동재에 이르는 산불초소!

아!! 이 멋진 경치, 모든 것을 얻은 듯한 그 성취감의 기분!

흐르는 땀을 없애주는 상쾌한 바람의 향기!

산불감시초소에서 몇장의 사진 촬영을 하면서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떠들고 하는데

갑자기 내가 올라온 곳으로 어느 여자 한분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고, 깜짝이야!

정말이지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젊은 여인은 선녀인가?

역시 공유 공간에 타인이 있으니 내 자유는 이제 끝이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다소곳이 땀을 흠치고 베낭을 정리해서

수철마을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임도길!

너무 기분이 좋고 상쾌하였다.

빨리 내려가서 수철마을에서 짐을 풀고 쉬어야지,

내려가는 임도길가에 핀 아름다운 들꽃들이 나를 유혹한다.

어느 꽃은 사진 찍어 주고 어느 꽃들은 안찍어 줄 수 가 없었다.

그래 다 찍어주자, 필름값 안들어가는 카메라인데 뭐~~

그렇게 저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모처럼의 내리막 임도길을 여유있게 내려오는데

좀전에 산불감시초소에서 나보다 조금 먼저 내려간 젊은 여자분이 쉼터에서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수철마을까지 가는 임도길을 동행하게 되었다.

同行!

가능하면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면서 그 누군가와도 함께 가고 싶지 않았다.

혼자만의 苦行, 孤行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철리까지의 약 30여분간 同行!

즐거웠다.

그 여자분에게 지리산 사랑법을 배웠고 향후 남은 지리산 둘레길 탐방 방법 또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이윽고 수철마을에 당도한다!

그 여자분은 자동차를 가지고 왔기에 주차한 곳까지 버스를 두번인가 갈아타고 가서

오늘밤에 서울로 올라간다고 한다.

극히 짧은 만남이었지만 수철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아쉬운(?) 이별을 한다.

그 여자분이 조심해서 서울로 올라가고 그분의 뜻대로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철마을은 본래 산청군 금석면의 지역으로서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서 무쇠점 또는 수철동이라 불리었다고 하며

가야왕국이 마지막으로 쇠를 구웠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지리산길의 또 다른 연결(5구간에서 6구간)을 기다리는 마을이다.

당초 수철마을에서 민박을 하려 했으니 어두워질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것같아

제6구간을 향해 노을지는 황금들판을 가로질러 과감히 발걸음을 옮긴다.











(본 사진은 4구간의 사진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