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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3구간을 걷다

2011, 9. 19(월) 2구간이 마치는 영월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정오 시간쯤 3구간 도보를 시작한다.

긴 방죽길에서 시작된 3구간은 냇가를 따라 한참을 가는데 좋아하는 코스모스가 갖가지 색깔을 띄고 나를 무척이나 반겨주는 정겨운 길이 계속돼 걷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잠시 지리산둘레길 3구간을 소개하면,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둘레길로 약 8시간정도가 소요된다. 시범구간은 지리산북부의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구간별 주요 지명 : 인월면 - 중군마을 - 수성대 - 배너미재 - 장항마을 - 장항교 - 삼신암 삼거리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마을인월-금계 구간은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 있다. 또한 제방, 마을, 산과 계곡을 고루 즐길 수 있으며 2008년 기개통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이미 널리 알려진 구간이다.

소개에서도 나왔지만

3구간은 거리도 20 ㎞ 정도 되고 소요시간은 8시간 정도이므로 정오쯤 시작했으니 어두울 때 까지 걷다가 중간에 숙소를 정하고 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었다.

2구간 끝 지점인 인월에서 어떻하든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어야 하는데 제방을 따라 바로 3구간이 시작되므로 어느정도 가다보면 먹을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마냥 걸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나중에야 알게됐다.

가는 중간에 식당은 있었는데 휴업중~~

와~ 배 고프다.

이제 마을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배 고픈 공포감에 잠시 불안하다. 배낭에는 생수 반병밖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산속 초입부근에 감나무가 있는데 마침 조그마한 감 2개가 떨어져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줒어 주머니에 넣고 산속으로 걷고 또 걷다가 감 두 개를 물과 함께 먹는데 얼마나 떪던지,,

하여간 감 2개를 맛있게 먹고 계속 산속으로 걷는데 산길 옆에 조그마한 움막이 보이고 그 안에 웬 노인분이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들어갔더니 매우 반겨 주더라, 마음같아선 먹을 것을 얻고 싶었는데 초면에 그렇수도 없고~~

이것저것 말을 하다보니 노인께서는 혼자 여기서 살면서 전기도 없고 아무런 문명의 혜택이 없이 홀로 살면서 “감식초”를 만들어 외지에 팔아서 의식주를 해결한다고 하더라. 이 동네는 감식초가 유명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계곡속에 있는 “수성대”를 지나 계속 걸으니 배너미재 건너 “장항마을”이 보이는가 싶더니 그렇게 기다리던 쉼터가 마을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쉼터 천막에는 중년의 아저씨가 반겨주고 나는 밥을 주문했더니 라면만 된다고 하여 라면을 주문했다. 막걸리도 한잔하고~~

그런데

이 주인아저씨가 내가 너무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어디선가 뜨거운 공기밥 한그릇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밥이 식을까봐 비닐 봉지에 밥그릇을 씌어서 빠른 걸음으로 오는 모습에~~ 찐한 감사의 감동을 받았다.

본인의 집에 가서 밥을 가져왔노라고 약간은 더듬는 말투로~~ 그러고 보니 말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해 보였는데, 본인이 직접 말하길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고 하더라.너무 안타깝다. 더구나 본인은 외국여자와 결혼을 하였는데 부인이 가출을 하여 지금은 안산에서 공장일을 한다고 하고 지금의 이 쉼터는 마을공동 토지위에서 일정한 월세를 내고 영업을 하는데 금년까지만 영업이 된다고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나는 그분에게 자세한 궁금증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 아저씨의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대충 나이는 40세 중반쯤 되어보이는 데 자녀들은 있는지 등등 궁금도 하였지만 상상으로만 마쳐야지~~

음식값으로 1만원을 내니 4천원을 거슬러 준다. 나는 잔돈을 안받으려는데 막무가내로 주더라, 라면과 막걸리값으로 6천원이면 된다고, 정가라고!

아, 나는 돈으로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뜨뜻한 공기밥을 얻어 먹었는데 그것에 대한 아무런 보답도 못 주고 먼길을 떠나 가는 구나!

아쉬움을 따뜻한 악수로 대신하고 헤어지면서 마음속으로 그 분의 행복을 빌고 또 빌었다.

아울러 그 분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을 살아가면서 많이 부족한 나도 배워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남은 먼길을 향해 길을 떠나다.

다시한번 시간내어 장항쉼터에 가보고 싶은 마음, 그리하여 민박을 운영하는 쉼터 주인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이렇게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장항마을에서 배 부르게 먹고 마음의 양식 많이 얻고 힘을 내어 힘차게 힘차게 걸음을 재촉한다.

장항교를 걷너 이내 산길로 산길로 내달는 산길을 계속해서 올라가니 상황마을에 다다른다. 산너머 안개사이로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주능선이 그림같이 보이고 가을에 접어든 들판은 누런색으로 그리고 산은 울긋불긋하게 가을색으로 갈아입은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더라.

상황마을 쉼터에서 시원한 냉커피 한잔 하면서 지리산을 조망하고 다시 힘을 충전하여 다랭이 논을 지나 등구재를 넘으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앞으로 가야할 등구재의 모습이 저멀리 희미하게 보인다.

외롭고 지친 심신을 위로할 겸, 친구 주원이와 잠시동안 통화를 하다. 친구는 등구재를 넘는 다은 내 말에 날이 어두워지니 빨리 올라가라고 걱정을 하여준다. 그래 해가 지기전에 저멀리 등구재를 넘어 경남 함양땅에 가서 오늘밥 자야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에 걸음이 빨리 걸어지지가 않고 눈으로 는 그 황홀한 광경을 보면서 연신 카메라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다랭이 논!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멋진 논의 모양이지만 이 논들을 만들기 위해 우리들의 선조들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특별한 연장이나 기계도 없이 오직 사람들의 힘으로 돌과 흙을 파고 계단식 논을 만들기위해 고생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누렇게 변한 멋진 다랭이논을 지나 계속 산길을 올라 간다. 이제 조금만 가면 등구재이다.

등구재!

등구재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에 걸쳐있고 옛날에는 함양에서 제안재와 오도재, 둥구재를 넘어 남원의 산내와 운봉으로 왕래하였으며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길목이다.

등구재 정상에 있는 표지판 내용을 옮겨본다!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이다. 지금은 이곳을 찾는 이가 드물지만 되살아난 고갯길이 마을과 마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것이다⌟

등구재 정상에 서다!

옛날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니고 넘었을 고갯길, 누구든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쉬면서 가뿐 숨을 내쉬고 찬물 한잔씩 마시고 갔겠지, 그리고 동행자와 앞서 가던, 뒤에 오는 이웃 사람들과 만나 오랜만에 떠들고 이야기 하면서 동네 소식을 들으며 울고 웃고 했겠지~~~

날이 이내 어두워진다.

등구재에서 빨리 창원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둥구재 정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조금 지체하면서 어둠이 오는 것을 미쳐 몰랐던 것 같구나.

처음가본 깊은 산속에서 어두움은 밀려오고 얼마나 더 가야 불빛이 보이고 저녁 먹고 피곤한 몸을 쉴 수 있는 방을 얻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두움이 몰려오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을 해왔다.

휴대용 렌턴을 켜고 급히 산길을 내려오니 조금 넓은 길이 보이고 바로 옆에 원두막이 있어 땀도 식힐 겸 베낭을 내려놓고 원두막에서 쉬는데 나무기둥옆에 민박집(등구재 황토방 민박집) 연락처 핸드폰 번호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하니 연세가 조금 드신 듯한 할머니께서 받으며 방이 있으니 마을로 내려오라고 하더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원두막앞길로 계속해서 내려오면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서 전화를 하면 마중을 나가겠다는 친절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그동안 어둡고 어디서 잠을 자야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일시에 해소되어 새로운 힘이 생기는 듯 했다.

어둠속에 지리산 등구재에서 창원생태마을로 가는길은 다랭이 논 사이로 제법 큰 농로였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어둠속에 별이 구름사이로 가끔 보이는 아주 낭만적인 분위기의 그런 길이었다.

너무 칠흙같은 어둠속에 오직 휴대용 렌턴이 비추어 주는 부분만이 내딛고 걸어 내려가는데 저 앞에서 또 다른 렌턴의 불빛이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였으니 의외로 그분은 젊은 모습의 아저씨였다.

내가 전후사정을 이야기 하였더니 그분이 민박집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여 결국 마을안쪽에 있는 예약한 민박집까지 나를 데려다주어 너무 고마웠다. 마을앞 큰길에서 제법 안쪽으로 들어온 곳에 민박집이 위치해 있어 그 아저씨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무척이나 반겨주었고 나를 안내 해준 아저씨와 함께 저녁을 먹으라며 새로 밥을 따뜻하게 지어주어 둘이서 정말 맛있게 먹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의 산골마을이었다.

창원마을!

새벽에 일어났다. 그런데 내가 피곤해서 잠든 그 사이에 이집에서는 암소가 새끼를 낳았다고 그러더라. 때문에 주인집 늙은 부부는 한잠도 못자고 송아지를 받아내고나를 위해 따뜻한 아침밥을 해서 함께 먹는다고 하는데 괜히 미안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짧은 만남의 시간이었지만 자식이야기, 옛날 살아온 이야기, 얼마전 TV 1박2일 프로그램에서 강호동과 은지원이 마을에 왔다간 이야기 등등~~~~

추억을 민박집에 남기고 새벽 일찍 길을 떠나다.

떠나는 나에게 할아버지는 주먹밥을 싸주라고 하길래 내가 극구 사양하자 할머니는 호두를 20여개 봉지에 담아주며 길 가다가 깨 먹으라고 하고 콩을 한봉지 주면서 서울가서 밥해먹을 때 섞어서 먹으라고 한다.

4남 2녀를 이곳 산골에서 다랭이논을 만들어가며 손마디에 피멍이 들도록 일한 결과로 남만큼 교육시켜 모두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두 노부부에게 마음속으로 싶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창원마을을 떠나 3구간이 끝나는 금계마을로 향한다.

어제는 저녁도 잘먹고 잠도 푹잤으며 아침 또한 든든히 먹어 충분히 체력이 재충전된 것 같아 발걸음에 힘이 있고 기분도 상쾌했다.

멀리 산자락에서 지나온 창원마을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운 마을이었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매우 정겹게 보였다. 그곳에 사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원하면서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시간 정도 걸으니 이내 금계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안쪽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가서 우유 한잔을 먹고 배낭을 다시한번 힘껏 동여 매면서 힘들었고 즐거웠던 지리산둘레길 3구간을 무사히 마친다.

잊지못할 3구간에서 만난 모든분들에게 마음속으로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