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16(월)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석가탄신일날 1박2일의 여정으로 모처럼 4명의 가족들과 함께 속초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다.
마침 떠나는 날이 석가탄신일이고 딱히 속초에 가서 특별히 할일도 없고해서 도봉동을 아침 8시30분쯤 출발하여 춘천시내로 해서 배후령을 넘어 화천, 양구, 인제를 지나 진부령을 넘어 강원도 고성군에 소재한 건봉사엘 갔었다.
내 기억으로 건봉사에는 이번이 네번째 정도 방문이었는데 어느 기록을 보니 건봉사는 한국전쟁 이후 최전방에 위치한 관계로 1989년도에야 민간인에게 전면 개방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그 먼곳까지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지만 1989년 이후 네번이나 방문했다는 것은 아마도 건봉사와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금강산 건봉사는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하며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로써 금강산 줄기가 시작되는 건봉산 감로봉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금강산 건봉사"라고 부른다 한다.
" 건봉사 사찰 경내에는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를 봉안하고 있어 유명한데 진신 치아사리는 신라시대 자장법사가 636년 중국 오대산에 건너가 문수보살전에 기도끝에 얻은 진신사리 100과중 일부라고 하는데 자장법사는 643년 귀국하여 이 사리들을 통보사, 월정사, 법흥사, 정암사, 봉정암에 나누어 보관하던 중 임진왜란때 왜군들이 통도사에 난입하여 금강계단에 모셔진 사리를 탈취하여 일본으로 가져갔으나 그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일본에 잡혀간 포로 송환등의 문제로 일본에 가서 협상끝에 다시 진신사리를 가져와 건봉사에 봉안을 하였다고 한다.
이후 건봉사에 봉안된 부처님 진신사리를 1986년도 전문 도굴단이 도굴하여 가져갔으나 결국 다시 찾게되어 오늘날에 이른다고 한다.
사명대사가 봉안한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는 세게에 15과인데 이중 건봉사에 12과, 스리랑카(불치사)에 3과가 보관된 희귀한 보물이라고 한다. " 이상 부처님진신치아사리에 대한 기록은 건봉사 홈페이지 아주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 그 글을 읽고 짧게 요약하여 보았다.
그리고 건봉사는 프로그램형 템플스테이외에도 날마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하루씩 산사에서의 숙박도 가능하다는 것 같더라.
건봉사 경내를 둘러보고 동해의 푸른 바다와 접한 거진항을 향해 차를 몬다.
아주 오랜만에 특히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연둣빛 싱그런 산과 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눈은 호사를 누린다. 진부령고개를 넘어 가는 길마다 신록의 푸르름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치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오더라... 이제 조금만 가면 5월의 푸른 동해바다,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인다. 거진항에서는 물회집에서 물회(잡어물회 1인분에 15천원)를 주문하여 먹었더니 역시나 시원하고 상큼하고 입안에 바다내음이 한입 가득하였다.
거진항은 진부령을 넘으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어항으로 유명하며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몇 번 왔었고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 가끔 찾와 왔기에 나름 추억이 깃든 어항이기도 하다.
거진항에 깃든 추억의 하나,
지금의 직장에 입사한 해 그러니까 1986년 7월 15일날 일찍 여름휴가를 얻어 나랑 고교동창 응호랑 둘이서 텐트까지 챙겨서 강원도 거진항에서 전날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강릉까지 3박4일 예정으로 동해안 해안선 도보여행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는 동해안에 민박집에 더러 있어 그 민박집에서 잠을 자고 마당에서 버너에다가 밥을 해서 먹고 무작정 남쪽 속초를 향해 그 뜨거운 해안선길을 걸었다. 그러니까 7번 국도를 종주하는데 이번 여름휴가에는 거진항에서 부터 강릉까지난 걷는 계획으로 도보여행을 시작한것이다.
그 날, 걷다가 바닷가 옆 논둑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고 걷고 또 걸어서 속초로 오던 중 중간에 민방위훈련 싸이렌이 울려서 잠시 쉬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후3시쯤 함께 동행하던 친구 응호가 허벅지에 쥐가 계속 나서 도무지 걸을 수 가 없다면서 이번 도보여행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자고 간청을 하였다. 절뚝절뚝 몇 걸음 더 걸어봤지만 도무지 걸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아쉬었다. 그토록 꿈꾸던 동해안 일주 도보여행의 첫 시작을 이렇게 허무하게 중단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그리하여 나는 친구 응호에게 그럼 너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당초 오늘 야영을 하기로 한 속초해수욕장에 가서 먼저 쉬고 그곳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회복이 되면 그곳에서 부터 내일 일정을 시작하자고 제의를 한 바 친구가 동의를 하여 결국 그곳에서 서로 헤어져 나는 결국 홀로 걸어서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밤8시 정도가 되었더라.
물론 무척 더워서 고생은 했지만 그 때만해도 아직 혈기왕성한 20대 후반이다 보니 그런대로 견딜만 하였는데 밤8시쯤 속초해수욕장에서 친구를 만나니 다리가 아프고 탈진은 아니지만 너무 지쳐 있었고 배도 고프고.....사실 나도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응호녀석의 달콤한 유혹이,,, "오늘은 텐트로 야영하지말고 여관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도 하고 편히 자고 맛있는 저녁을 식당에서 먹자는 제의" 와, 나도 사실 너무 힘들고 지쳤는데, 거의 탈진 직전이었는데 언제 텐트치고 버너에 밥을 해먹냐, 그래 친구말을 듣자, 아픈 놈 말을 들어주어야지....
그리하여 그날 속초시내에서 맛있는 저녁을 사먹고 여관에서 편히 자고 나니 그 다음날 몸은 가뿐한데 친구의 다리는 아직도 절뚝절뚝,,,,
그 녀석이 이번 도보여행은 여기서 마치고 서울 가자는 제의에 나 또한 선뜻 동의를 해서 오전에 버스타고 서울로 향하였다.
그리하여 내가 군생활 동안 꿈꾸어왔던 동해안 일주 도보여행은 거창한 계획하에 실행에 옮긴지 단 하루만에 무참히 깨지고 그 후 언제가는 계속 이어서 속초부터 부산까지 도보여행을 꼭 해야지 하는 마음의 결심만 하고 아직 실행을 못한지가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네...
그 30여년의 긴 세월동안 몇 번의 거진항 방문 그리고 조금은 자주 들었던 속초방문시 마다 젊은 시절 그 무모한 도전의 아름다운 추억을 완성하도록 해야지 하는 마음 가짐만 자주 하였었다.
이젠 그 길이 "동해안 해파랑길" 이라는 이름으로 걷기좋은 길로 만들어져 도보여행의 매니아들로 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동해안 해파랑길은 770킬로의 동해안 구간으로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안길로 해당 지자체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가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길이라 한다.
지난 일이지만 내가 30여년에 지금의 해파랑길을 완주하려고 계획세운것, 그리고 단 하루였지만 실행에 옯긴 것,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한번도 추가실행을 못 한것 등을 종합해보면 이제 나의 인생 과업으로 몇년전 조성된 해파랑길을 나의 굳건한 두 다리로 직접 답사해야 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해파랑길의 영덕구간, 삼척구간 속초구간은 구간구간 조금씩 맛을 보긴 했지만 부산에서 부터 고성까지 이어져 있는 길을 연속해서 걷어서 30여년전의 목표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구나.
석가탄신일날,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에 들러 거진항까지 그리고 속초시내까지의 하루 일정에서 30여년 전 추억과 그 당시의 꿈을 회상하고 그 꿈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한 여행이었다.
함께 여행하면서 나로 인해 즐거움이 반감됐을 집사람과 연재, 연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다음 여행은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 되도록 해야 겠다는 마음 다짐을 하여본다.
보물 "능파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