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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0.8.21(금요일)

 

기록적인 폭우과 긴 장마,  폭염, 기승을 부리며 창궐하는 코로나19,,

올 한해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련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평상시 하던 일상이 이제는 그리워지고 자주 안보던 친구들이나 동료들 까지도 이젠 그리워 지는 요즘이다.

 

유시유종(有始有終),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모든 일들이 좋게 끝나리라.  그렇게 믿고 오늘도 힘차게 생활하자,

 

 

톨스토이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나기가 퍼붇는 오후에  다시 읽고 마지막 부분을 여기에 옮겨본다.

 

 

그때

세몬과 마트료나는 자기들이 먹이고 입혔던 사람이 누구인지, 자기들이 같이 살면서 일해 온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천사는 말했다.

 

"저는 홀로 알몸인 채 들판에 버려졌습니다. 저는 인간의 부자유라는 것도 추위도 배고픔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제가 갑자기 인간이 돼버린 겁니다. 배고픔도 극한에 달했고, 몸도 얼어붙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때 들 한가운데 하느님을 모시는 교회가 눈에 띄어 몸을 의지하려고 그곳으로 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바람을 피하려고 교회 뒤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이윽고 날이 저물자 배고픔은 더욱 심해지고, 몸은 얼대로 얼어 거의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장화를 들고 걸어오면서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인간이 되어서 맨 처음, 언젠가는 죽을 인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얼굴이 무서워 돌아 앉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으니 그 사나이는 이 추운 겨울에 몸을 감쌀 옷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추위와 배고픔에 거의 죽어 가고 있다. 마침 저기 사람이 오고 있지만, 그는 자기들 내외의 모피 외투를 어떻게 마련하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사나이에게는 나를 도와줄 만한 힘이 없다.

 

그는 나를 발견하자 얼굴을 찡그리고, 먼저보다 더 무서운 몰골이 되어 터덜터덜 제 곁을 지나갔습니다. 그나마 한줄기 희망마져도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는데 이때 갑자기 사나이가 되돌아오는 발소리가 들였습니다. 다시 그 얼굴을 쳐다 보았을 때는 방금 지나간 사나이가 아니구나 생각했을정도 였습니다.  좀 전의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었던 그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신의 그림자가 어리어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제 곁으로 다가와 옷을 입혀 주고, 저를 데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이르니 한 여자가 나와서 말을 늘어 놓기 시작했는데 그 여자는 사나이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그 입에서는 죽음의 입김이 뿜어져 나와 전 그 독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는 저를  추운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습니다.  만약 그대로 나를 내쫓았더라면 여자는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

 

그것을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때 남편이 갑자기 하느님 얘기를 꺼내자 여자는 금방 태도가 누그러졌습니다.

여자가 저녁 밥을 권하면서 제 얼굴을 쳐다보았을 때 그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생기가 넘쳐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때 저는 인간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알게 되리라라고 하신 하느님에 첫 번째 말씀을 생각해 냈습니다 .

나는 인간 안에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일을 이렇게 내게 계시해주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저는 그만 너무 기뻐서 싱긋 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전부를 아주 인간에게 무엇이 허락되어 있지 않은가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당신과 같이 살면서 일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내가 찾아서 일 년 동안 닳지도 찢어지지도 일그러지지도 않을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문득 그 사나이를 쳐다보니 뜻밖에도 그 사나이 등 뒤에 나의 동료였던 죽음의 천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 이외에는 아무도 그 천사를 보지 못했고 저는 알고 있었죠.

 

날이 저물기 전에 그의 영혼은 그에게서 떠나버린다는 것을 일 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만들라고 하지만 자기가 오늘 저녁 안으로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두 번째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인간 안에는 무엇이 있는 가는 이미 알아냈는데 이번에는 인간에게 주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자기 몸에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지식입니다 .

 

그래서 저는 두 번째로  싱긋 웃었습니다.  친구였던 천사를 만난 일도 기뻣으며 하느님께서 두 번째 말씀을 계시해 주신 것도 기뻣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전부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시 살면서 하누님께서 최후의 말씀을  계시해 주실 때를 기다렸습니다.

 

육년째 되는 오늘 엄마 없이도 두 쌍둥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봐서 살려달라고 부탁했을 때 나는 그 말을 정말 이라고 믿고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엄연히 두 아이를 잘 기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저는 그 부인이 타인의 아이로 인해 눈물을 흘렸을 때 거기에서 살아계신 신의 그림자를 발견했고, 사람은 무엇으로써 살아가는가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최후의 말씀을 계시하여 저를 용서해 주셨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세 번째로 싱긋 웃었던 것입니다 .

 

 

그러자 천사가 나타났는데 온몸이 빛으로 둘러싸여서 눈을 똑바로 뜨고 볼 수 조차 없었다 .

그 천사는 커다란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울려오는 목소리 같았다.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것을 깨달았다 .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기 아이의 생명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었다.

 

또 부자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했다.

저녁때까지 무엇이 필요한 지,  산 자가 신을 장화인지 죽은 자에게 신키는  슬리퍼인지를 아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

 

내가 인간이 되고 나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내 자신의 일을  여러 가지로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 아내에게 사랑이 있어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나를 사랑해주었기 때문이다.

 

고아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모두가 두 아이의 생계를 걱정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인 한여인에게 사랑의 마음이 있어 그 애들을 가엾게 생각하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내려 주시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인간이 뿔뿔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때문에 인간 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계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이 하나로 뭉쳐 사는 것을 원하시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모든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또 만인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가를 계시 하신 것이다..

 

이제야 말로 나는 깨달았다 .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

 

사랑 속에 사는 자는 하느님 안에 살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므로.

 

그렇게 말하고 천사는 하나님을 찬송했다

그러자 그 목소리로 인하여 집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천장에 두 갈래로 쫙 갈라지면서 땅에서 하늘까지 불기둥이뻗쳤다 .

 

세몬 내외도 아이들도 모두 땅바닥에 엎드렸다.

미사일에의 등에서 날개가 활짝 펼쳐지더니 천사가 된 그는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세몬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거기에 가족 외 아무도 없었다.  .....The End.......

 

 

폭염속에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지나갔다.

 

여러가지로 살아가기 힘든 요즘 생활에

사랑이 넘쳐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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