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내리는 봄비
오늘 새벽에 눈을 떠서 습관적으로 베란다밖 동부간선도로를 보니
여명의 어둠속 도로에 물빛을 머금은 차량 헤드라이트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평소보다 조금더 심한 차량 타이어 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봄비!
어제가 驚蟄이고 보면 이젠 완연한 봄이다.
봄에 내리는 비!
봄비 내리는 새벽길,
가슴 촉촉한 그리움을 밟고 출근을 재촉한다.
“봄비”와 관련된 愛誦詩를 여기에 옮겨본다.
봄 비
이수복 (1969년 作)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송인 (送人)
정지상(鄭知常) (?~1135, 고려시대 문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봄 비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 어룰: ‘얼굴’의 평안도 방언
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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